팀프로젝트의 시작
지금까지 배운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우체국 앱을 선정했는데, 생각보다 쉽지않다. 핵심기능의 도출이 특히 어려운데, 이전에 진행했던 티맵의 내비게이션 기능과 다르게 우체국 서비스는 그 기능이 단순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의 생각정리
무엇이 핵심기능일까? 핵심기능은 최종목표와 다르다. 우체국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최종목표는 '배송'이 될 수 있지만, 배송 그자체가 핵심기능은 아니다. 티맵을 예로들어 생각해보자. 티맵은 원하는 '목적지까지의 이동' 이라는 최종목표를 위해 대리운전, 택시, 자차 내비게이션 안내, 대중교통, 그 외 모빌리티 관련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기능이라는 것은 사용자의 최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위해 활용될 수 있는 수단이다.
조금더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럼 사용자는 해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 왜 굳이 앱서비스를 사용해야하는가?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목표라 하자. 그 사람은 그냥 길거리를 걷다 손을 휘저어 택시를 잡아도 되고, 정류장의 노선도를 보고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해도 되고, 자차 운전할 때 표지판이나 종이지도를 보며 이동해도 된다. 근데 왜 굳이 티맵을 사용할까? 결국 티맵은, 현재 해당 사용자의 최종목표를 그나마 가장 나은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을 봐야하는 아이 엄마가있다. 그냥 집에서 10분거리에 떨어진 마트에서 장을 봐도 된다. 그러나 그녀는 일하는 워킹맘이고, 장 본 먹거리들을 집으로 싣고 올 차도 없다. 그럼 현재 그 아이 엄마에겐, 앱을 다운받고 온라인 마트를 이용하는게 가장 나은 옵션이다. 그럼 그 온라인 마트 앱은 아이 엄마에게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중일까? 생각나는 것만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1) 물리적인 마트에 방문하지 않아도 장 볼 상품들을 탐색할 수 있다. 2) 내가 물건을 옮기지 않아도 주문한 상품이 내 집 앞까지 배송된다. 3)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앞선 세가지 기능 모두 '장보기'라는 아이엄마의 최종목표를 그나마 가장 나은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들이다. 그리고 시장에선 그러한 기능을 주로 모바일 커머스 기능을 제공하는 모바일 커머스 앱이라고 부른다.
그럼 핵심기능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세가지 기능 중 하나를 꼭 골라야할까? 아니다. 아이엄마는 '장보기'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가지 기능중 그 어떤것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위의 세 기능은 연속성을 가지고 모두 제공된다. 그리고 우리는 해당 앱의 핵심기능을 그 세가지를 포함하는 '모바일 커머스'라고 통칭해도 되는 것. 그러나 티맵은 다르다. '목적지까지의 이동'이라는 최종목표 달성을 위해, 티맵에서 제공되는 여러 기능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자차를 운전하면서 택시를 탈 수 없는 노릇이니까. 고로 우리가 이전 프로젝트에서 티맵의 핵심기능으로 내비게이션을 고른 것이다.
그럼 여기서 또다시 질문. 하나의 앱서비스에선 한가지의 최종목표만 존재해야하는가? → 아니다. 티맵을 예로 들자, 같은 티맵 서비스지만 누구는 원하는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최종 목표일 때, 또 어떤 사람은 '보험료 할인'이 최종 목표이다. 그리고 해당 사용자의 최종목표에 따라 앱에서 누리고 사용하고자 하는 기능이 달라진다.
그럼 이제 우체국앱으로 사고를 옮겨보자. 사용자들은 주로 어떤 최종목표를 이루기위해 우체국앱을 사용하는가? → 배송. 그럼 그 배송이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왜 굳이 우체국앱을 사용하는가? → 우체국앱이 제공하는 편의기능들 때문에. 그 편의 기능들 중에는 무엇이 있는가? → 1) 방문예약 기능과 2) 사전접수 기능. 해당 기능들은 단일 프로세스 내에서 동시에 활용이 가능한가? (즉, 한 범주의 핵심기능으로 묶을 수 있는가?) → 불가능, 한개의 물건을 방문예약과 사전접수 방법을 동시에 활용해 보낼 수 없음.
이 논리구조를 잡는데까지 참 힘들었다. 그럼 이제 결론내려야 한다. 동시에 활용이 불가능한 기능들이므로, 두가지 중 한가지 기능을 핵심기능으로 추리거나 두가지 모두 핵심기능으로 간주해야한다. 자, 우리가 조사할 우체국앱의 핵심기능은 무엇이 되어야할까? 핵심기능 역시 앱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이 무엇이냐에 따라 정한다. 현재까지 얻은 데이터로는 위의 두가지 기능, 방문예약 기능과 사전접수 기능 둘 다 중요하게, 비슷한 비중으로 쓰이는 기능들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나로 정하진 못해도, 좁히고 좁혀 우리는 2가지 핵심기능을 위주로 사용성 조사를 시작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혹시 나중에 이해가 잘 안될 수 있으므로 티맵과 연결지어 비교해보자. 지금 우체국의 방문예약과 사전접수 기능은, 티맵의 내비게이션과 대중교통 기능과 비슷한 상황. 티맵 사용자의 최종목표인 목적지까지의 이동을 수행하기위해 내비게이션과 대중교통 기능을 한가지 프로세스 내에서 동시에 활용할 수 없는 것처럼, 우체국앱 사용자의 최종목표인 배송을 수행하기위해 방문예약과 사전접수 기능을 한 프로세스 내에서 동시에 활용할 수 없는 것. 즉, 홈 화면에서 방문예약, 사전접수 탭을 선택하는 건, 티맵에서 내비게이션 혹은 대중교통 탭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사전접수-등기/소포/EMS 관계는, 내비게이션-오토바이/승용차/대형트럭 관계와 비슷한 것. 다만, 우체국앱은 각 종류의 물건을 제각각의 페이지에서 진행하도록 한 것과 달리, 티맵은 한 프레임 내에서 간단하게 조작/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것.
내일부터 적용해야 할 사고
심층인터뷰도, 개선안 도출도 두가지 큰 줄기로 진행되어야 한다. 방문예약과 사전접수. 물건의 종류 그 자체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지 않아서 너무 별개의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되도록 각 물건종류별 프로세스를 통일할 수 있는 건 통일하는 식으로 개선안을 도출하면 좋을 듯. 그럼 질문지도 각 기능별로 파트를 나눠 질문해야 한다. 공고문과 접수 폼에 사용자 군별을 그 두가지 기준으로 입력하도록 해야하고.
기억하자. 지금은 속도 그 자체보다 문제의 본질과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조급해하지 말자.